컴퓨터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잘 만든 게임을 보고 처음으로 감탄하는 것은 소리, 그림과 같은 외관이고, 그 다음으로 곧 숫자와 글으로 시선이 옮겨갑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그러한 것들을 원활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연산 최적화, 네트워크 구축과 같은 일들도 요구됩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게임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여러 명이 달려들어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이 세계 어딘가에는 혼자서 짧은 시간 동안 게임을 만들고, 그것을 경쟁하는 사람들 또한 있습니다. 7DRL과 Ludum Dare jam의 참가자들이 그러합니다.
대표적인 로그라이크 플레이어와 개발자들의 축제인 7DRL은 Seven Day Roguelike Challenge의 줄임 표기입니다. 제목을 보고 경악하신 분들도, "그거 이야기야?"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문자 그대로, 7일 동안 하나의 로그라이크 게임을 만들고 심사를 통해 경쟁하는 대회입니다. 대단한 결과물들이 플레이어들을 즐겁게 해주지만, 역시 상상되는 것은 열의에 끓는 개발자들이 밤낮 없이 코딩하는 모습들입니다. 대개 규모가 작게 만들어지거나 대회가 끝난 후 증보를 거치긴 하지만, 어쨌든 시간이 많이 모자라겠죠.
그런데 Ludum Dare 48h jam은 한 술 더 뜹니다. 48h의 h는 물론 시간hour이 맞습니다. 단 이틀 동안 만들어진 게임들을 토너먼트 식으로 공개 심사해서 경합하는 대회입니다. 현재 28회인 Ludum Dare 28의 최종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로그라이크로 장르가 한정되는 7DRL과 달리 Ludum Dare는 어떤 테마를 지켜야하는 것을 제외하면 양식에 제한이 없습니다. 그 중에 주목할 만한 귀여운 로그라이크가 있어 소개합니다.
(그렇습니다. 귀여운 것이 조건입니다.)
Fujo는 폴란드 출신 아티스트 Radomir Dopieralski가 파이썬으로 작성한 심플한 타일 그래픽 기반 로그라이크입니다. 윈도우즈 플랫폼으로 만들어졌지만, 인터프리터 언어인 파이썬으로 만들어졌고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파이썬이나 Pygame이 있다면 어떤 플랫폼에서도 구동할 수 있습니다.
Ludum Dare 28에 출품하기 위해 2013년 12월 16일 공개되었으며, 이후 두 번 큰 개선을 거쳐 2014년 1월 1일 3.0 버전을 릴리즈했습니다. 아주 따끈따끈하지요.
이전에 Radomir Dopieralski가 제작해 Ludum Dare에 참가한 게임들은 손으로 그린 귀여운 그림 조각들이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Fujo의 그래픽은 간단한 도트 애니메이션입니다.
외계인인지, 신종 생물인지는 알 수 없는 적들이 주인공을 잡아갔습니다. 플레이어는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가지고 적들을 쓰러트리고 탈출하려는 용감한 아가씨를 조작합니다.
화살표 키로 주인공과 메뉴의 커서를 움직입니다. Enter 키로 메뉴를 열고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고, Esc로 나갈 수 있습니다. 배고픔과 체력은 구분되지만 회복하는 아이템은 구분이 없고, 고정된 양을 회복합니다. Ctrl을 누른 채로 화살표 키를 눌러 턴을 소비하지 않고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적을 공격하거나, 아이템을 줍거나, 사다리를 오르려면 다른 조작은 필요 없고 그냥 그곳으로 가면 됩니다. 층계를 오르다 보면 마지막 적과 만나게 될 겁니다.
제작자는 폴란드 사람이지만, 아주 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재패니메이션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하카마를 입고 있고, 나뭇잎을 얹고 다니는 너구리, 캇파, 초기판에서는 Bento나 Onigiri 같은 아이템이 나오는 등 척 봐도 일본적인 색채가 강하게 풍깁니다.
어쨌든 Fujo의 강점은 간단하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거대한 로그라이크들이 키보드의 거의 모든 키를 사용하는 반면, Fujo에서는 영문자 입력은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영구적인 죽음, 무작위적으로 생성되는 레벨과 아이템, 만복도, 감정해야 하는 마법과 저주받은 장비 등, 로그라이크의 재미있는(?) 요소들은 빠짐없이 갖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어떤 플랫폼에서나, 공짜로 한 번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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